서울의 브루클린 성수동

폐공장이 개성 넘치는 예술 작업실로

성수동의 수제화 거리가 입소문 나면서 성수동에는 또 다른 변화가 싹트고 있다. 주머니 가벼운 예술가들, 신진 디자이너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회색빛 공장 지역에 예술적 색채를 더하고 있는 것. 페이퍼크라운 남경희 씨는 “과거의 흔적이 남아 있는 정제되지 않은 성수동의 매력”이 젊은 예술가들을 불러들이는 이유인 것 같다고 말한다. 페이퍼크라운은 판화가로 유명한 남천우 작가의 공방이었는데, 판화 작업을 원하는 예술가들에게 문을 개방하면서 영리와 비영리 경계에 있는 카페 겸 공방이 됐다. 작업 시간을 피해서 북 콘서트, 인문학 강연, 음악회 등도 여는 문화 공간 역할도 하고 있으며, 성수동 주민을 위한 다양한 미술 체험 활동도 진행 중이다. 마을로 들어온 문화 예술 공간의 새로운 모델을 창조하고 있는 페이퍼크라운 같은 곳이 늘어난다면 문화 예술 도시로 변모할 수 있을 것이다.

삶터, 일터와 공동체가 공존하는 통합 재생

공장이 밀집한 좁은 골목길을 지나 탁 트인 골목 끝에 도착하면 서울에서 가장 큰 공원인 서울숲이 나온다. 임금의 사냥터, 군 검열장 등과 최초의 상수원 수원지, 골프장, 경마장, 체육 공원 등으로 활용되다 2005년 현재의 서울숲이 되었다. 서울숲공원 인근 주택가에서는 사회 혁신가, 젊은 상인들이 모여 새로운 거리를 만들고 있다. 개성을 살린 카페, 음식점, 공방, 디자인 숍, 사회적 기업의 코워킹(co-working) 공간 등이 들어서고 있는 것.

신혼 시절부터 성수동에서 살았다는 윤연주 씨는 “공장 지역인 데다 주택도 노후돼서 분위기가 어두웠는데 젊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멋진 가게도 생기니 동네가 밝아졌다”며 “더 많은 젊은이가 들어왔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공장 지역이라 재개발하기도 쉽지 않았던 성수동에는 1970~1980년대에 지은 노후된 주택이 많다. 여기에 공장이 도산해 일자리마저 줄면서 주민도 줄고 있다.이에 성수동 살리기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성수동 일대를 서울시 도시 재생 시범 사업 지역으로 선정해 삶터, 일터, 쉼터와 공동체가 공존하는 통합 재생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성수동만의 특색을 살려 토착 산업을 살리고,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마을 공동체를 활성화해 지역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사회 혁신 단체 및 사회적 기업, 문화인과 예술인이 공유·협업 할 수 있는 문화 예술 지역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성수도시재생지원센터’도 운영 중이다.

1980년대 미국 제조업의 쇠퇴로 뉴욕 브루클린의 수많은 공장이 문을 닫았다. 삭막하기 짝이 없던 이 지역에 가난한 예술가와 스타트업이 모여들었고, 뉴욕 시는 적극적으로 문화 예술 활동을 지원해 가장 트렌디한 뉴욕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됐다. 매캐한 약품 냄새와 날카로운 기계 소음, 낡은 공장과 주택…. 성수동은 과연 서울의 브루클린이 될 수 있을까? 결과는 장담할 수 없지만 성수동이 변화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출처: 서울사랑, 서울형 도시재생 지역을 가다]